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주요 벤처캐피탈(VC)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소개하는 테헤란로 펀딩클럽을 시작합니다. VC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주요 VC를 소개하면서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지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세 번째로 소개하는 VC는 DSC인베스트먼트입니다. 행사는 윤건수 대표의 DSC인베스트먼트소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의 대담,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Q&A로 이루어졌습니다.

DSC인베스트먼트가 나눠주신 알찬 이야기를 공유드립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격주간 개최될 예정이며 3월 15일 오후 7시에 개최되는 다음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케이큐브벤처스의 유승운 대표님을 모십니다(http://bit.ly/2mTcDww).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DSC인베스트먼트에게 성공이란?

 

 

상장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성공하라는 덕담을 전해주신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에게 그리고 우리 회사에게 성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벤처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목표를 상장이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상장하고 난 후에 회사가 눈부신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상장도 성공일 수 있다. 그런데 DSC인베스트먼트에게는 상장 자체가 성공의 개념적 정의는 아니다. DSC인베스트먼트에게 있어 VC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벤처기업들에게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벤처 앞에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DSC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회사 그리고 VC의 성공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 어떤 CEO가 성공할까?

 

벤처투자를 하다 보면, 당연히 벤처의 여러 자질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보는 자질이 바로 스타트업 그리고 벤처의 대표다. CEO가 회사의 모든 일을 다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회사의 많은 방향이 바뀐다. CEO의 생각이 승패를 100%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CE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 자질, 그리고 대의명분이다. 우선 CEO 그리고 그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최고의 실력을 가져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실력을 갖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고 제일 기본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요소이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벤처를 설립하는 대표님들의 실력이 굉장히 상향 평준화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요소가 중요해졌는데 그게 바로 리더로서의 자질이다. DSC인베스트먼트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은 자기를 죽일 줄 아는 자질이다. 스타트업들은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신을 내려놓고 팀원에게 먼저 양보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이건 회사가 어려울 때만이 아니라 잘될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도 일어나고 매출도 일어나는데 대표가 이런 자질이 없으면 서로 내가 잘했네 네가 못했네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70여 개 회사에 투자했고 1년에 열다섯 개 또는 스무 개 회사에 투자하는데 벌써부터 투자자를 찾아와서 토로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리더에게는 자기를 죽일 줄 아는 자질이 필수적이다. 이해관계에서 자기를 내려놓고 팀원에게 자기를 양보하는 자질이다.  CEO에게 이런 자질이 없으면 개인적인 측면과 회사 측면에서 정말 성공하기가 어렵다. 리더에게는 비워내는 자질이 정말 중요하다. 비워내는 자질을 가진 CEO는 투자자와도 잘 지낸다. 초기기업 투자는 결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짧게는 3-5년이지만 재수 없으면 10년을 같이 있어야 한다(웃음) 10년 간 같이 있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기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야 한다.

 

 

CEO에게 중요한 마지막 자질은 대의명분이다.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업할 때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신 평생 설탕물이나 팔다 죽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세상을 바꿀래’ 그 말이 존 스컬리의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 존 스컬리는 작년 1월 한국에 왔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앞으로의 기업들에게는 noble cause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개개인을 연결해주는 게 페이스북의 대의명분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대의명분이었다.

지금까지 세계의 혁신 기업들은 이와 같은 대의명분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게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되고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다. 스타트업들에게도 이와 같은 대의명분을 갖는 게 중요하다. 대의명분을 명확하게 세팅하고 업의 본질을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스타트업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의명분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내가 하는 이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지, 내가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최근 직장인들의 점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다. 정말 열심히 하시고 실제로 잘 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어떤 업의 본질을 이야기해줄지 궁금해서 사업의 목적을 물었다. 그런데 사업의 첫 번째 목적은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활용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은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놀러 오니 이 서비스를 소개해서 여러 식당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고 하더라. 30분 정도 이야기하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당신이 가진 업의 본질이 뭐냐고 물었다. 당신이 매출을 올리는 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냐, 또는 그 서비스를 활용하는 고객들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거다.

나라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보편적인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싶어서 사업을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먹거리가 되는 회사라고 업의 정의를 세팅해놓는 거다. 그렇게 상대방, 소비자를 고려해서 관여도가 높은 ‘업의 정의’를 언급하면 교감도 잦아지고 감동도 많아진다. 그런데 이런 스타트업이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계획서를 봐도 업의 본질이나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사업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숫자들만 나열되어 있다.

 


 

 # 어떤 창업 아이템이 성공할까?

 

다음으로 창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진화와 창조 중에 벤처기업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당연히 창조다.

위에서 업의 본질과 대의명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CEO가 10년간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살았는지, 어떤 기술을 개발했고 어떤 공부를 했으며 어떤 사회를 경험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그가 가진 업의 본질과 대의명분을 만날 수 있다. 사업 아이템에서도 10년이 중요하다. 단 과거의 10년이 아니라 미래의 10년이 중요하다. 앞으로 살아갈 10년을 미리 살아보고, 그때에는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부족할지, 그때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미리 예측하고 방법을 제시하는 게 좋은 창업 아이템이다.

Y combinator의 설립자인 폴 그램도 ‘먼저 미래를 살아보라, 그리고 부족한 것을 만들어라’라고 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좋은 창업 아이템은 ‘이미 존재하는 대안보다 두 세배 나은 정도로는 부족하다, 열 배는 나아야 한다’고 했다. 진화를 거듭하는 아이템이 열 배 좋을 수는 없다. 창조적이어야 한다.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봤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창조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삶의 깊은 관조를 통해 부수적인 것, 쓸데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보통 창조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창조는 자신의 삶에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 어떤 사진작가의 사무실에 놀러 갔는데, 그는 단테와 관련된 사진을 찍기 위해 단테가 쓴 모든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그가 고민한 것, 그 시대의 문화를 직접 느끼며 단테의 핵심을 찾아내고 그 핵심을 사진에 담은 것이다. 깊은 생각과 공부를 통해 업의 핵심을 찾고, 업의 본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분석해나가는 과정이 창조라고 생각한다.

 


 

# 어떤 조직문화가 좋은 조직문화일까?

 

대표, 그리고 창업 아이템에 이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직의 문화다. 좋은 조직 문화는 두 가지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가 소통의 문화다. 누구나 소통이 잘 되는 회사를 좋아하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선 사실 직접 벤처를 방문해야만 소통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 DSC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 꼭 투자자가 회사를 방문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소통이 잘 되는 회사는 리더의 말이 적은 회사다. 팀원들이 회의를 할 때 리더가 70~80%를 이야기하고 정작 조직 구성원은 20~30%만 말하는 회사가 있다. 이 반대로 되어야만 좋은 회사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전에 다니던 회사는 월요일 아침이 지옥의 시간이었다. 원래 출근 시간보다도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해 몇 시간동안이나 대표이사의 말을 들어야 했던 거다. 리더의 말이 길어지면 일단 사람들은 귀를 닫는다. 빨리 끝내고 나가서 험담을 하는 게 하루의 낙이 된다(웃음) 이런 조직문화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문화다. 창의적인 조직 문화만이 실패를 용인할 수 있다. 회사에서의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가 일어났을 대 그 원인을 분석해서 왜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하는 조직 문화가 있어야 한다. 사실 실패라는 건 누구 하나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관계에서 실패가 나오는데 이 실패를 분석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는 안전한 문화다. 좋은 건물 이야기가 아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에서의 안전은 그 개념이 다르다. 오 년 전에 처음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회사는 나에게 항상 100이라는 급여를 줬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100을 받으면 얼만큼이나 일을 할까? 그 당시의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는 회사에서 100을 주는 것에 비해 50 정도만 일하는 것 같다고 여겨졌다. 나머지 50은 앞으로 뭐해먹고살지, 나중에 어떤 일 하지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하는데 다 썼다. 적어도 벤처기업이라면,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면 조직원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안전적인 공동체 의식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은 성과에 대한 분배 문화다. 어떤 회사나 성과에 대한 배분은 한다. 그런데 주는 사람이 생각하는 적정한 배분과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적정한 배분은 천지차이일 때가 많다. 계산이 정확하고 심플한 문화, 성과 배분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해주는 문화가 좋은 조직 문화다.

이 네 가지 문화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이며, 이런 문화가 좋은 조직 문화라고 생각한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좋은 벤처기업은 훌륭한 CEO, 창조적인 아이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 세 가지를 가진 회사가 투자도 지속적으로 받고 성장도 계속해서 해나가는 회사다.

 


 

 #DSC인베스트먼트에게 VC의 본질이란?

 

이제 DSC인베스트먼트가 보는 VC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좋은 벤처를 발굴해서 투자하고, 그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본질이고 모든 VC들이 하고 있는 활동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정의가 약간 협소하게 느껴진다.

사실 우리는 스타트업이 건네주는 사업계획서를 완전히 믿지 않는 편이다. 17년간 VC를 하며 초기 스타트업이 가져오는 사업계획서가 그대로 이행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만드느니 다른 것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믿음은 투자사인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VC의 KPI는 펀딩 금액, 펀드 숫자, 투자 개수, IPO 개수 등이 나올 수 있다. 물론 KPI를 달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 업의 본질이 아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VC 업의 본질이 투자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회수를 통해 돈만 버는 것이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투자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말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VC가 가져야 하는 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핵심을 달성하고 업의 본질을 이뤄내면 당연히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들에서도 좋은 숫자가 나올 것이다.

DSC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지금은 다들 매출이 없고 어렵지만 각각의 업체들이 지향하는 목표가 달성되면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뀔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 기분 좋은 상상들이 가득 차는, 가슴이 두근대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싶다. 그 포트폴리오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DSC인베스트먼트가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기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었다. 1980년대에 대기업에서 재직할 때 내가 몸담은 기업의 목표는 ‘주주를 위한 가치 창출’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땅도 사고 기계도 사고 생산을 더 많이 해서 돈 많이 버는 게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거다. 앞으로의 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아는 기업이 될 것이다. 회사 내에서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회사 밖에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의명분을 가진 회사가 큰 기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볼 때 구체적인 매출까지 따지고 들지 않는다. 달성되지 않은 목표는 일종의 허구다. 그보다는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왔던 스토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를 꾸며놓는 게 더 좋은 사업계획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한 시간 이상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풍부하고 깊은 스토리를 가진 회사, 그 스토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팀원이 있는 회사에게 투자하고 싶다.

잘 나가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느낌이 다르다. 잘 나가는 회사는 무슨 이야기들을 벽에 많이 적어놨다(웃음) 경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경영자가 공유하고 싶은 정신을 벽에 적어두는 것이다. 얼굴 보고 자꾸 이야기하면 잔소리니까 사무실 벽에라도 적어둔다. 팀원들이 지나가며 그 문구들을 보고 마음에 새기게 되며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가 생긴다.

 


 

 # DSC인베스트먼트에게 투자란?

 

위에서 말하는 이런 회사들을 찾아내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VC의 꿈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스타트업과 VC가 함께 호흡을 맞추어갈 수 있다. 스타트업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투자 상대를 고를 때 VC와 심사역의 꿈 그리고 능력도 잘 살펴보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돈만 주고 말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꿈을 이루는데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잘 살펴보시고 능력 있는 심사역과 짝을 이뤄야 한다. 그 심사역이 어떤 스토리와 능력을 가졌는지, 우리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잘 판단해야만 한다.

많은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다섯 가지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스타트업이 사업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프로세스다.

1.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2. 누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
3. 왜 그들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는가
4. 현재의 것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5. 왜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프로세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질문에 근거해서 앞에 놓인 사업을 꼼꼼히 뜯어보다 보면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DSC인베스트먼트가 생각하는 사후관리는 스타트업을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다. 심사역 중에서도 아주 가끔 스타트업에 방문해서 ‘올해 매출 얼마입니까? 이번 달 영업이익은 얼마입니까? 캐시플로우는 아직 튼튼합니까? 직원들은 별 문제없습니까’ 등의 질문을 30분 정도 던지고 돌아와서, 상부에 ‘별 문제없습니다’라고 보고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정말 의미 없는 사후관리다.

사실 투자 전의 회사와 투자 후의 회사는 정말 180도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웃음) 대표이사는 절대로 자기 회사 내부 사정의 100%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회사를 잘 알고 싶은 심사역이라면 대표님 말고 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대표이사 말도 들어보고 직원 이야기도 들어보면 거의 두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웃음) 이 간극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진짜 좋은 심사역의 역할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투자하고 난 후 실수가 발생하면 꼭 실수에 대한 복기를 한다. 흔히들 초기 투자가 어렵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초기기업에 투자해서 10억이 날아가고 나면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주로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정말 남는 게 아무것도 없고 주식 미발행 확인서라는 종이 한 장만 남는다(웃음) 그런데 만약 우리가  10억짜리 투자를 했고 그 안에서 실패를 했는데 대신 엄청난 교훈을 얻었다면 우리는 그 10억을 교육비로 생각한다.

투자의 결과를 복기하면서 우리는 성공한 투자에서는 성공하는 습관을, 실패한 투자에서는 성공할 준비를 배운다. 조훈현 고수의 말처럼 ‘아파도 보아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천한다. 투자의 실패는 의외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실수를 복기하는 것은 정말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수에 대한 복기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실패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 안의 미숙함과 어리숙함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복기한 실패했던 사례를 이야기해보겠다. 하나는 2013년에 40억을 투자한, 제조업의 C사였다. 기술 및 제조 능력이 미흡해 실패했다. 실제로 제조업 현장에서 일해본 VC는 아마 거의 없을 거다. 당시에 우리는 투자할 때, 어차피 초기기업 투자는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고 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험실 단계에서 제품 양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담긴 블랙박스를 통해야만 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보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제조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잘 없으면서도 진행된 투자라 그런지 이 블랙박스의 내용을 전혀 예측조차 못했다. 

다음 사례는 게임 포트폴리오다. 개인적으로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못하는데 함께 투자하는 동반 투자자가 나보다 훨씬 더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덩달아 따라가서 투자를 했다. 나는 잘 모르니까 더 분석하지 말고 그냥 투자해볼까?라고 뛰어든 사례는 대부분 이렇게 망했다. 투자란 잘 하는 사람이 간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이해에 기반한 주관이 있어야 성공하는 것이다.

DSC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기 위해 대표에게 사업계획서를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전달되는 사업계획서는 투자를 받기 힘들다. 대표를 통해 심사역에게 가면 투자받을 확률이 1%도 안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심사역 할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게 뭐든 대표가 주면 일단 싫다(웃음) 사업계획서를 받았을 때 아니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심사역들이 거절하면 되는데 대표가 주면 그게 어렵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괜히 짜증도 나고(웃음)  그렇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심사역에게 처음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VC가 500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 이 500명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잘 아는 분야가 있다. 우리 사업과 가장 잘 맞는 심사역을 골라서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사업에 대해 이해시켜야 한다. 이게 바로 성공의 큰 지렛대 중 하나가 된다.

덧붙여 말하자면, 회수 즉 EXIT을 하기까지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정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다. 그런데 회수 과정에서 서로 사이가 틀어지는 스타트업과 투자사들이 많다. DSC인베스트먼트가 생각하는 횟수란 투자기업과 투자사가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다. 회수의 과정 안에서, 그리고 회수가 끝난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배울 자세를 견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DSC인베스트먼트의 사명

 

DSC인베스트먼트의 사명은 ‘펀드를 만들고 수익을 내는데 우리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우리의 행복을 세상에 널리 전파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의 행복을 주위에 전파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 패널 토론과 청중 Q&A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Q. 이미 많은 곳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으셨겠지만, VC로서 상장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A. 대한민국 VC 정책엔 아쉬운 점이 많다. 정부가 보는 VC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에 그친다. 이걸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지원기관으로 보다 보니 자꾸만 VC 수를 늘리려고 하고, 이 일환으로 VC가 되기 위한 진입장벽을 다 없애버렸다. 그런데 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얼마나 좋은 투자를 진행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VC들이 수만 자꾸 늘어나다 보니 자꾸만 인력들이 흩어지고 신생 VC뿐만 아니라 기존의 회사들까지 부실화되어버린다. 수가 늘어나다 보니 이전에 비해 신생 VC들이 펀드를 조성하기도 어렵다. VC가 하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 단기자금을 빌려서 장기 투자하는 건데 우리나라의 많은 VC가 살아남기 위해 그 방법을 택했다. 이건 정말 위험한 부실화의 지름길이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이 확보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장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Q. 투자한 것 중 가장 성공사례가 궁금하다.

A. 아마 옐로모바일을 생각하고 질문하신 게 아닌가 싶다(웃음) 옐로모바일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하기 전에 M&A와 구조조정 업무를 많이 해왔다. 그 당시에 느꼈던 것이, 많은 IT회사들이 원 컴퍼니 원 아이템 형태를 취하는데 IT 라이프사이클이 2~3년으로 짧다 보니 다들 수명이 너무 짧아지는 거다. 이런 곳들에 투자하려면 투자 시기와 제품 출시 시기 등 굉장히 많은 운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IT회사들이 다 같이 연합체를 만들고 M&A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DSC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나서 옐로 모바일을 만났는데 마침 이상혁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로컬 포털을 언급했고 듣다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다음부터였다. 한번 이야기 나누어보라고 DSC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소개해줬는데 정확히 3시간 후에 그 대표가 전화가 와서는 이상혁 대표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아니 얼마나 말을 잘했으면!(웃음) 나는 한 개 회사 인수하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그런데 그때 이미 7개의 회사를 인수한 상태였고 우리의 인수자금을 받고 난 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을 인수했다. 그 능력이 너무나 놀라웠고 그것을 옐로 모바일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여겼다.

 

Q. 스타트업이 다른 VC도 아닌 DSC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A.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우선,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투자라면 기본적으로 보통 투자를 지향한다. 그리고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는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원금의 6% 이자가 보장된 투자라면, 그런 투자는 잘해야 6%고 아니면 망한다고 여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플한 계약서를 갖고 있다. 의외로 많은 투자 계약서들이 너무나도 복잡한, 사업을 1년 진행하다 보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조항들로 가득 차 있곤 하다. 그런 계약은 솔직히 하면 안 된다.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계약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이 투자계약을 맺기 전 꼭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받고 진행했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이 망해도 나의 모든 것은 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혼자 길거리에 서는 건 상관없는데 내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으면 안 된다. 나 혼자 망하는 것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약서를 따져놔야 한다.

 

 

Q. 윤건수 대표님이 VC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DSC인베스트먼트의 VC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A. 나는 친구를 따라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서 2년 정도 공부가 너무 싫어서 적성검사를 했더니 상대를 가는 사람인데 공대를 잘못 갔다고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갔을 때도 공부가 너무 싫어서 한 번만 더 인사고과를 낮게 받으면 잘릴 위기에 처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기획실로 부서를 옮겼더니 인사고과가 최고점수로 나왔다(웃음) 이후 LG전자에서 실시하는 내부 직원 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그때 보스턴에서 많은 창업가들을 만났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때 느낌을 잊을 수 없어 VC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VC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에서 최소 5년 이상은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팅 기질도 좀 있어야 하고(웃음) DSC인베스트먼트의 VC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있는 12명과 모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Q. 우리나라 VC들이 정부 모태펀드에서 돈을 받아 안정적인 투자만 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통해 돈을 지원해주긴 한다. 그런데 100억 펀드에 100억을 전부 지원하는 게 아니라 50% 정도를 지원해준다. 나머지 50%는 민간에서 돈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성보다 수익성이 중요하다. 모태펀드와 연계된 펀드도 당연히 수익성을 고려한다.

 

Q. 성공한 스타트업을 만나게 되는 본인만의 혜안이 있으신지.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했는데 본인의 직감에 의해 선택해서 성공했던 사례가 있는지.

A. 아까 성공하는 CEO의 세 가지 자질을 언급했다. 이 세 가지가 사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다. 이런 CEO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셔도 된다(웃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쉽게 받아들이며 수긍해주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쉽게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좋다(웃음) 투자란 결국 서로 도와주고 배워가며 윈윈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대화가 되고 공감하고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과 귀가 열려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귀와 마음도 열려있어야 한다. 그런 CEO, 그런 스타트업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하는 투자는 안 한다. 심사역 두 명과 투자를 검토하는데 한 명은 찬성하고 한 명은 반대할 경우에도 투자를 안 한다. 이런 경우 투자를 해서 성공하면 얘가 바보가 되고 실패하면 쟤가 바보가 된다(웃음) 모두가 반대하는데 담당 심사역 한 명만 미친 듯이 투자를 진행하고 싶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한다.

 

Q. DSC인베스트먼트가 아닌 개인의 비전이 궁금하다.

A.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웃음) 내 비전은 돈을 많이 번 성공한 VC로 남는 게 아니라 업계에 의미 있는 일을 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작은 일부터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초기 투자를 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으신지.

A. 초기 투자를 할 때는 그 회사의 목적이 수입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성과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당연히 바이오나 IoT 같은 분야의 초기기업은 적자가 난다. 그런데 그 R&D를 이뤄나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기업은 오히려 이윤을 빨리 내는 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누가 얼마나 단단하게 포텐셜을 쌓아가느냐의 싸움이다. 이런 기업의 경우에는 여러 차례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Q. 유망하게 보는,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하고 싶은 국가가 있으신지.

A. 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한다. 그 이유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를 고민한다.
그 고민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적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는 한민족 국가다. 미국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미국에서 통하는 문화는 세계에 다 통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너무 특수하고 특이해서 세계에 통용이 안된다.
미국에 있는 성공한 핵심 벤처기업들은 항상 세상에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가들이 없고 전부 다 은둔해버리는데 이 부분도 아쉽다.
마지막 이유는 국력의 차이다. 만약 구글이 대한민국 포털사이트였다면, 알리바바가 대한민국 쇼핑앱이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중국과 미국의 국력을 이겨버릴 수 없다면 어떻게든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 그들에게 투자하고, 동향을 계속해서 파악하고, 좋은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래야 스타트업도 살고 VC도 살 수 있다.

 

Q. 롤모델로 삼는 해외/국내 VC가 있으신지.

A. 내가 롤모델이 되고 싶다(웃음) 지금까지 VC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아까 질문처럼 정부 자금을 갖고 사채놀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눈초리를 아직도 받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극복해나가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기업을 많이 만드는 게 진짜 VC 역할이라고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