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투자자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투자자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열한 번째로 소개하는 주인공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입니다. 행사는 이용관 대표의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소개, 이용관 대표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함께하는 대담,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Q&A 시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나눠주신 알찬 이야기를 공유드립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소개

 

2000년에 플라즈마트를 창업하고 2012년에 매각했는데, 매각 이후 당시의 사업을 복기해보니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7년에서 8년 정도를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보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플라즈마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테크 스타트업들도 같은 문제를 10년 전, 20년 전과 똑같이 겪고 있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생태계의 문제인 것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필요, 해결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자들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택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선택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자들이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누어주면 좋을 텐데 다들 자기 사업, 자기 공부를 하다 보니 모두가 그런 엄두를 쉽사리 못 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 없었고 늘 갸웃거리며 사업을 진행했다. ‘이게 맞는 건가?’라고 고민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당연히 빚도 많아졌다(웃음)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이 경험을 누군가에게 공유해주면 그 어떤 누군가의 사업을 잘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번 성공과 실패를 겪은 선배가,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에게 이 경험을 전해주는 문화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렇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처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설립했을 때의 핵심은 초기 투자였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처럼,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설립할 초기에 벤처캐피털을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금액 대비 심사역 수보다 더 많은 지원 인력을 데려오고 싶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액셀러레이터라는 단어를 고려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사업 모델을 설계한 게 지금의 모습이었다.

VC는 펀드를 모은 다음 이 돈으로 투자를 하고, 회사들이 성공한 것을 토대로 정산해서 모두가 나눠가지는 시스템이다. 운용수수료와 인센티브 기반이다. VC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운용자산의 크기나 심사역의 수를 고려해봤을 때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하고 싶은 모델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서 부담이 크더라도 한번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시도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좋은 공대 형이 되고싶다

 

정말 좋은 공대 형들을 많이 데리고 오는 게 목표였다. 테크에 관심이 많은, 경험이 많은,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한 비전을 알아볼 수 있는, 아무리 움직여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게 지식집약적 사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노동집약적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팀원들이 모두 즐거워했다. 스타트업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팀원들이 서로 즐겁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사실 우리나라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서로 고마워하는, 고마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테크 기업들의 경우 많은 사업모델이 B2B를 지향하는데 그러다 보니 한 파트너는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 아무리 잘 해줘도 좋은 피드백이 남기는 어렵다. 이것은 우리들의 선배 창업가, 그리고 우리 자신도 힘들어했던 것이다. 테크 스타트업들은 돈 벌기도 힘들뿐더러 돈을 번다고 해도 자존심을 굉장히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화때문에 성공한 창업가들이 다시 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내가 이것을 엑싯시키고 다시 돌아와서 창업을 한다는 건 일종의 미친 짓이었다. 선배가 돌아와서 다시 창업하고 후배들과 함께하는 연쇄 창업가가 얼마나 나오는가, 이것이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인 건데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런 사람이 정말 드물다. 그래서 우리가 해보자고 했다. 우리가 나서서 성공 경험담을 공유하고 미담을 만들다 보면 좋은 분위기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창업 경험이 있거나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일했던 실무진들이다. 또는 테크 스타트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며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이들을 지켜봤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열여섯 명이 모았다. 일차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을 한 곳에 많이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의를 두고 있다. 스타트업을 함께 지원하는 모든 인력은 스물세 명이다. 2,000억 정도의 펀딩을 굴리는 VC와 사람 수는 같지만 어떻게든 이렇게 수익을 내보려고 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집중하는 분야는 딥테크다. 서비스에 있어서 인터페이스나 UI/UX, 디바이스, 즉 유저 환경과 비슷한 단에 있는 것을 스킨테크라고 한다. 딥테크는 그 아래에 있는 엔진, 소재, 센서 등 기반 기술을 말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물론 완성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 아래에 있는 기반기술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각종 기술 기업들은 딥 테크 분야에서 나온 기업들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회사들, 그러니까 기존 제조업의 평균 수익률이 최근 6% 밖에 안된다. 새로운 사업모델의 수익성을 못 찾고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은 계속해서 키워가야 하는데 산업이 너무 오래된 형태로 멈춰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붙고, 새롭고 깊은 기술들이 더해져야 국가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이 다시 탄생할 수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에게는 좋은 중견기업의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도록, 중견기업들은 좋은 스타트업을 만나고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했다. 대전은 마치 금광 같은 곳이다. 그 좁은 동네에 박사만 만 오천 명 정도가 산다(웃음) 국가에서 주는 R&D 비용이 2조 원이다. 민간 비용까지 합치면 약 6.6조 원이 그 좁은 동네에 몰려있다. 이를 기반으로 당연히 여러 기술들이 탄생한다. 한 지역에서 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 인력이 필요하다. 대전은 자본과 인력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기술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했는데 아니었다. 자본도 많다. 오히려 인력이 부족했다. 기술 인력이 아니라 그 외 제반 사항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테크 이해도와 마케팅, 사업 감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들에 대해 과락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테크 스타트업은 이 밸런스가 붕괴되어 있다. 기술의 수준은 세계 최강인데 자신의 기술이 어떤 밸류를 갖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기술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창업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 스타트업에 하듯이 진행되는 멘토링과 코칭은 이들에게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항상 밀착형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어느 정도 일정 부분은 실제로 붙어서 업무를 처리해준다. 코파운더 역할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5년, 10년이 흘러서 이런 연속 창업가들이 테크 생태계에 많이 생기고 나면 그들이 어드바이저 역할이나 투자 역할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같이 붙어서 밀착형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전민동 스타일 그리고 테크 스타트업 투자

 

창업하는 스타트업들 중 보통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패하는 수가 40% 정도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창업은 90% 넘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실패한다. 대전에서는 ‘전민동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대전의 연구원들이 항상 체크남방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신다(웃음) 그게 전민동 스타일이다. 문제는 사업계획서도 너무 전민동 스타일로만 쓴다는 것이다.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하다(웃음) 50장 정도의 사업계획서에 이 기술로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 이 기술이 얼마나 위대한 기술인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준다. 시장에 대한 이해는 하나도 없다. 어떤 문제에 대해 쓰겠다는 것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구글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이해도에서 창업하는 테크 스타트업은 첫 발자국을 떼는 순간 죽는다. 안 죽으면 ‘좀 괜찮은 기술이 있네?’라는 외부 평가에 의해 지원을 받아 좀비 모드가 된다. 죽지는 않았지만 과제로 연명하며 어디로 돈을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약 7년을 개발에 실패해본 적 없는 좀비 모드의 테크 스타트업으로 살았다. 각종 미션들을 성공하며 개발하라는 것은 다 했는데 시장에서는 좀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없었다.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기 때문다. 이게 바로 테크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이자 어려움이다. 전민동 사업계획서 스타일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사업의 본질이자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성해야 하는데 이것을 오로지 화장 정도만 시켜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사업의 내용을 1분에서 3분 내에 정리하지 못하면 잘못된 것이다. 본질을 압축할 수 있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변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사들도 같은 것을 겪었다. 시장의 니즈가 부족한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창업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으면 창업이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모든 활동을 다 정지시키고 방향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숙성이라고 부르는데, 프로덕트를 마켓에 맞추는 오랜 과정을 통해 진짜 창업을 만들어낸다.

테크와 일반 프로덕트는 정말 다르다. 스타트업들은 테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프로덕트까지 만들어내야한다. 이것을 같게 생각하면 안 된다. 테크는 말 그대로 기술인데 프로덕트는 프로토콜이다. 프로토콜은 고객이 이 사업에 어떻게 관심을 갖고 어떻게 접촉하고 어떤 방법으로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를 모두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토콜이다. 그게 없이, 이것을 어떤 펑션으로 접근할지만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다. 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문제 분석을 명확히 해야 프로토콜이 완성된다. 시장에 대해서 바닥까지 알아야 하고 이에 맞는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며 방향성 있는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이 부분들을 같이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이런 가치를 서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항상 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벤처캐피탈들도 늘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익률이나 펀드의 실적이라는 꼬리표가 있기 때문에 테크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는 정말 쉽지 않다. 이런 초기 스텝을 넘어서려면 엔젤 투자도 있어야 하지만 액수가 너무 적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해외 벤처캐피탈들이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해외 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런 벤처캐피탈을 조사하고 발굴하고 함께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것들에 중시한다. 해외 벤처캐피탈들과 이야기해서 이들이 원하는 글로벌 기업을 거꾸로 찾아서 육성하는 경우도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항상 수요 기반의 발굴에 초점을 두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의 전공이 플라즈마다 보니 플라즈마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이 찾아온다. 처음에 찾아온 이 스타트업은 플라즈마 중에서도 대기압 플라즈마를 다루는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은 대기압 상태에서 플라즈마를 켜는데 이 기술을 통해 소세지를 염지 하는 과정을 개선하려고 했다. 밤마다 돼지고기를 사 오고 갈아와서 귀곡산장처럼 플라즈마 처리를 했다. 이건 정말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는데 사업모델이 너무 장기적이었다. 장기적이라는 것은, 이런 아이템은 한번 구입하면 한 번에 끝난다. 좋은 장비는 이 장비에 소모품이 포함되어 있어서 계속 지속적인 수입을 나게 만든다. 아이템이 너무 장기적이다 보니 이 사업모델이 아니라 다른 사업모델을 더했다. 나중에 이 기술을 통해 스마트 패키지라는 봉지를 만들어와서 패턴을 입혔다. 여기에 전원이 닿으면 전원 봉지 안에 플라즈마가 생기는 기술이다. 처음에는 이 봉지를 편의점에 도입했다. 편의점 음식의 유효기간이 길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맛이 변했다. 이번에도 역시 실패였다.

수요가 있는 시장이 어딜지 고민해보니 의료기기 시장이 떠올랐다. 시장의 대상을 의료기기 시장으로 바궜다. 패키지를 의료기기 살균에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살균은 몇 억 원 정도의 멸균 장치를 구입해야만 했다. 물론 A/S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것을 플라즈마로 활용하고 이들의 기술로 장비를 만들면 700원짜리 봉지를 만들어서 그 봉지 안에서 멸균이 가능하다. 게다가 5분 내에 끝난다. 여기까지 생각한다면 일반 테크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것이고 이대로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여기서 창업하고 멈춘다.

처음 소비자 반응 조사를 하기 위해 스무 명의 의사들에게 이 제품을 보냈는데 오로지 두 명만 쓰겠다고 했다. 정말 좋은 제품인데 왜 두 명밖에 수요가 없는지 궁금해서 더 깊게 알아보는 작업을 하자고 했다. 각 병원에 공문을 보내서 ‘우리가 당신들 병원의 의료장비 멸균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모두 해 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실제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멸균 작업을 하면서 알아낸 <어떤 것>이 있었는데, 이 <어떤 것>을 더하고 나자 스무 명 중 열여덟 명이 당장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중 세 명은 오밤중에 찾아와서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주장했다.

공문을 보내고 직접 멸균 작업을 하기 전에는 모두가 이 기술이 편하고 좋은 것은 알지만 economic buyer가 진짜 궁금해하는 내용이 사업계획서에 담기지 않았다. 프로덕트가 거래되려면 사용자와 구매자, 그리고 이것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따지는 economic buyer가 있다. 이들은 오로지 효용을 따진다. 그래서 우리는 엔드유저 바이어, 이코노믹 바이어, 테크니컬 바이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이해관계도를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들의 문제점을 따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찾아서 사업계획서에 반영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같이 멸균한 기록들을 더했다. 이코노믹 바이어의 관점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의 제품이 급속 살균을 해주는데 보통은 네 시간 걸리는 멸균 작업을 최대 7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줄어드는 것이 병원 입장에서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이전에는 환자 100명이 오면 환자 치료용 핸드피스 세트를 100개 준비해두어야 했다. 그래서 다 쓰고 쌓아놓고 밤에 씻어서 멸균하면 다음날 또 쓴다. 이 세트가 하나에 120만 원이다. 100명을 치료하려면 1억 2천만 원이라는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초기 투자비가 확 줄어들게 되어 20개만 쓸 수 있는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 감가상각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운영비가 엄청나게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maintenance비가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기기는 부피가 너무 컸지만 이제는 부피도 작기 때문에 환자용 침대를 하나 더 둘 수가 있었다. 이런 계산들을 다 해갔고 병원장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테크 창업자들은 기능에 집중한다. 그러나 기능 다음의 가치, 고객의 가치는 쉽사리 상상하지 못한다. 깊게 들어간 자만이 안다. 그런데 이걸 찾아내고 나면 굉장히 많은 점이 바뀐다. 세상의 많은 것이 내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다.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던 친구들이, 그리고 계속해서 비난하던 VC들이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다. 돈과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고 생명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프로덕트 마켓 피팅의 힘이다. 테크 스타트업은 그 기술의 핵심과 본질, 그리고 시장에서의 생명력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잡아내야 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개발, 기술 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걸 좋아하고 그에 애정이 많은 사람들을 모아둔다. 아직은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가 너무나도 숙성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도 힘들고 스타트업도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너희 이래서 밥 먹고 살겠니’라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테크 스타트업이 뭘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테크 스타트업이 훨씬 더 글로벌하게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분야에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 정신을 갖고 뛰어들었으면 한다.

 

 


 

 

# 패널 토론과 청중 Q&A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Q.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다른 액셀러레이터 모델과 다른 것으로도 많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훌륭하고 몸값 비싼 분들을 심사역으로 모셔와서, 그것도 풀타임으로(웃음) 운영이 되고 있는지, 펀드를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이 수익모델이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지 궁금하다.

A. 많이들 걱정해주신다. 심지어 이번에 신입사원으로 지원한 친구도 물어보더라(웃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주식회사다. 벤처캐피탈은 펀드라는 바구니 안에 돈을 모아서 투자하고 재분배 하지만 우리는 주식을 발행하고 투자를 받는다. 지금까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받은 금액은 60억 원 정도 된다. 이번에 펀드레이징을 했는데 150억 원 정도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주주들도 우리의 이런 뜻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2015년에는 적자가 났지만 작년에는 이익이 났고 올해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4번의 스타트업이 엑싯을 했고 이게 당연히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주 수입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IPO는 평균 12년 정도가 걸리고 M&A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마일스톤 엑싯이라는 전략을 쓴다. 우리가 한 회사에 투자하면 이 회사의 고유 지분을 VC가 A 라운드에 들어온 다음 30% 정도, B라운드에 들어온 다음 30% 정도, 그리고 파이널 엑싯에서 40% 정도를 매각한다. 지금까지 4번 정도 이런 식으로 엑싯했고 18억 저도의 엑싯도 있었다. 수익모델은 계속해서 플러스로 나아가고 있는 상태다.

 

 

Q. 굉장히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이용관 대표 본인이 창업한 후 엑싯한 경험이 굉장히 소중했던 것 같다. 회사는 어떤 회사였는가.

A. 그 당시 주성 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이 롤모델이 되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또는 솔라셀 LED 같은 마이크로 패터닝의 기술에 플라즈마를 활용했고 그런 장비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발생, 제어 장치 등을 만들었다. 특허도 많이 만들고 7-8년 동안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만들어왔는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기술을 가지고 직접 더 큰 상품을 만들어냈을 것 같다. 그 당시 우리가 만들었던 기기는 자동차로 말하면 엔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기술로 사업을 한다면 엔진이 아니라 퍼포먼스가 잘 날 수 있는 자동차를 직접 만들었을 것 같다. 반도체 장비를 만들었어야 하는 거다. 그럼 밸류가 훨씬 더 컸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사업모델을 잘 구상하지 못했다. 테크 하시는 분들이 우리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웃음)
정부 과제나 기업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개발만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개발을 하다 보면 다음 사업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개발비 정도, license fee정도만 받고 나면 과제가 끝난다. 그다음으로는 성장할만한 사업모델을 찾기가 힘들다.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도 물론 만났다. 엔젤투자도 받았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더 발전하지 못했다.
시장에 제품을 내자마자 글로벌 업체들이 M&A 제안을 하긴 했다. 그때는 2년간 무시했다. 그런데 2012년에 후배가 조언을 했다. 이제는 팔아야 한다는 강력한 충고였다(웃음) 그래서 두 선두주자에게 정식으로 비딩을 붙이고 하나를 선택해서 매각을 진행했다 반도체는 위너가 평정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기술, 장비가 나오면 글로벌 업체들이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시장 구조 자체가 많이 표준화되어있어서 삼성 같은 곳에서도 성과가 나오면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Q. 대전의 장점과 단점이 궁금하다.

A. 대전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같은 회사들이 10개가 있어도 되는 곳이다. 카이스트 랩만 해도 600개다. 민간 연구소도 엄청나다. 각각이 굉장히 여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가 와도 오히려 좋은 시장이다. 지금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처럼 멘토링 해줄 수 있는 인력이 너무 적어서, 그리고 이런 생태계가 자리잡지 않아서 창업을 할 때 여자 친구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지, 부모님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지 까지 설명해주어야 한다(웃음)

 

Q. 좋은 인력이 많고 가능성도 많은 회사에 도대체 왜 이렇게 투자자들이 안 오는 걸까

A. 2000년 초반에 VC가 정말 많이 왔다. 그런데 일반 벤처캐피탈이 보기에는 이 테크놀로지와 프로덕트의 갭이 너무나 큰 것이다. 그래서 기술은 좋으나 회사가 아직 덜 성숙된 것은 오히려 벤처캐피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소개해줄 때도 있다. 이런 것들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할이 나눠지고 안정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Q. 좋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소싱하고 있는가

A. 처음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브랜드가 부족하다 보니 사설 네트워크를 많이 이용했다. 교수님을 통해 개개인 멤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알려지면서 콜드콜도 많이 오고 건너 건너오는 경우도 많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만나고 싶은 팀은 우리를 공대 형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편하게 메일로 연락 주시면 좋겠다. 설령 당장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드롭되더라도 절대로 연을 끊지 않는다. 지금 당장 투자하지 못하는 거지 몇 개월 내에도 당장 가능할 수 있다. 숙성 프로세스를 거치고 에너지를 살펴본다.
테크 스타트업들은 본인들이 물론 배우는 작업, 파고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를 반드시 만나 이들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꼭 만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기술 창업을 해보았거나 테크 스타트업에 있었던 사람들, 이들이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전문성과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Q. 대전에 있다보니 분명 단점도 있을 텐데.

A. 전민동 스타일은 보다 보면 중독된다는 매력이 있다(웃음) 보다 보면 오기도 생긴다. 이것만 다듬으면 좋아질 텐데, 이런 것만 보완된다면 완벽할 텐데 생각되는 기술들이 있다. 교수님이나 연구원 분들 중 유아독존 성격을 만나면 다시는 이런 사람들과 일하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천상 우리도 공대 형이기 때문에 좋은 기술들을 보면 매력이 생긴다. 좋은 멤버가 있는 팀, 기술이 좋은 팀 중 둘 다 좋은 팀은 열에 하나도 찾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편이다.

 

Q. 투자 결정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가.

A.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투자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긴 하다. 투자 프로세스는 사람이 적을 때는 5-6명이 만장일치해야 집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이상한 구조라는 것을 깨달았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는 스타크래프트 종족 이름을 따서 세 가지의 투자팀이 있는데(웃음) 테란은 로봇, 센서, 반도체를 다루고 저그는 메디컬, 바이오 헬스케어, 프로토스는 AR, VR, 핀테크, AI를 다룬다(웃음) 그 각자의 팀이 한 표씩, 대표가 한 표를 갖고 있는데 네 표를 행사해서 3/4이 찬성하면 투자를 진행한다.

 

 

Q.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자체적으로 린스타트업 캠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본적으로 밀착형 액셀러레이터를 꿈꾼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각 스타트업들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그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 린스타트업 캠프를 개최했다. 린스타트업이라는, 일종의 표준화된 방법론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Q.문송이라는 말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웃음)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보기에 앞으로 문과생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A. 생태계 전체에 각자가 지켜가야 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 이게 커지다 보면 여러 가지 중심이 잡힌다. 이과생들이 못 보는 것이 분명히 있다. 문과 건 이과 건 자신이 일하는 산업에서 전문성, 그러니까 그게 인사 일이건, 마케팅 일이건 자신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만 있으면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과생들이 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문과생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엄청난 기술 테크 기업이어도 마찬가지다.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계속해서 따라가고 접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Q. 가끔 내가 가진 기술은 너무 특별하고 대단한데 한국의 투자자들이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딴소리를 한다, 이걸로 실리콘밸리 가면 성공할 텐데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주는가.

A. 투자는 자기의 사업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건 오히려 반에 불과하다. 투자 프로세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기 모델의 검증이다. 까이고 까이고 깐 데를 또 까여도 계속 다듬어서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사업모델이 건강해진다. 그리고 내가 저들을 반드시 설득시킬 것이라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보통 억울한 사람들의 99%가 사업모델의 결함이 많은 경우다. 가끔 창업팀과 시리즈 A를 받으러 벤처캐피털 투심위에 가면 우리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엄청 까인다. 그런데 이 소리들을 흘려듣거나 기분 나빠하면 안 되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당연히, 벤처캐피탈이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투자란 그런 것이다. 이게 바로 현실적인 투자다.

 

 

Q. 많은 대기업 담당자들, 또는 벤처캐피탈이 한국에 투자할만한 테크 스타트업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세돌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웃음) 인공지능에 대해 산업계나 학계에서 큰 관심을 안 갖고 있었는데 이게 이세돌 이후로 우리나라에 갑자기 들어오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을 생각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블루포인트 파트너스가 투자한 행사 중 내화벽돌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포스코 같은 제련하는 곳에 쇳물을 녹인 다음 호일이나 강판을 만든다. 이 녹인 쇳물을 흐르게 하는 통로가 모두 세라믹 내화벽돌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이 내화벽돌이 원래는 소모품이었다. 문제는 이 내화벽돌이 언제 소모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수명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충 쓴 다음 버린다. 그리고 다시 싹 갈아버린다. 이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조 원 정도가 든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회사는 벽돌 안에 특수 와이어로 센서를 달았다. 그래서 내화벽돌의 어느 부분이 닳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련소마다 가장 약하고 오래된 부위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제련소 설계 회사에서 인더스트리 4.0 대상을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이 커머스에 도움을 주고,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사업군에서 적용되는 기술이 정말 정말 많다. 이게 다 기회이자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Q. 실제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많고 팁스 운영사이기도 하니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소회가 있을 것 같다.

A. 처음 팁스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았다. 아니 대체 이런 좋은 생각을 누가 한 거야 하고(웃음) 팁스는 결국 정부가 해왔던 역할을 민간에게 조금씩 이양하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와 R&D 예산,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보완될 점이 많다.
아이를 하나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피어나려면 일단 스타트업, 그러니까 아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은 창업자 자체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본다. 수도권이 아닌 도시에 창업자가 있다고 해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같은 액셀러레이터와 투자금을 조달할 사람들, 지원기관이 없다.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는 여전히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그래도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도시 중 부산과 울산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울산은 생태계적인 이슈가 있다. 조선업이나 자동차, 철강 산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왔는데 이런 산업분야들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중견기업들이 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신산업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오히려 대구와 광주 같은 지역에서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