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펀딩클럽-인터베스트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열여섯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인터베스트입니다. 행사는 문여정 이사의 인터베스트 소개와 바이오 분야 투자 이야기, 신영성 팀장의 IT, 모바일 분야 투자 이야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함께 한 대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알찬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인터베스트의 두 가지 ‘국내 최초’ 

인터베스트는 1999년에 설립해 벤처캐피털 중에서는 오래된 회사에 속한다. 임직원은 총 17명, 그중 전문 투자 심사역이 11명이다. 현재 AUM은 6200억 원 정도다. 99년도에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벤처캐피털보다는 다른 역할들을 많이 했다. 2002년도쯤 한국에서 최초로 외자(싱가포르 정부 출자)를 유치해 벤처펀드(Han-sing Hi-tech Fund I, 2002)를 만들었다.

또 국내 최초로 정부(보건복지부)에서 출자해 글로벌 제약 산업 펀드를 운용했다. 2013년도 결성한 이 펀드는 인터베스트가 ‘우리나라 제약산업 발전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펀드다. 그때만 해도 제약 산업이 척박했다. 바이오 벤처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한미약품에서 라이센스 아웃 딜이 있었고, 제넥신, 레고켐바이오 등이 성장하면서 2015년, 2016년에 바이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다.

투자한 회사 중 대표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회사가 제넥신이다. 제넥신은 임상에 필요한 자금이 200억 원 정도여서 당시 저희가 50억 원 정도 투자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해서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크게 지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루킨세븐(HyLeukin-7) 성장호르몬 같은 약 개발을 어느 정도 완료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도 계속 주가가 잘 올라가고 있다. 이미 상장한 회사였지만, 계속 후속 투자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대주는 성격의 투자를 한 셈이다.

인터베스트에서는 제가 속한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팀과  IT 모바일 및 글로벌 투자 팀이 따로 있다. 바이오 팀에는 저 같은 전문의나 약사 출신이 있다. 지금은 제약사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나 유전체, 병원 인프라 같은 곳에도 관심을 두고 투자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회사보다는 시리즈 A, 설립 1년 이내의 회사들을 발굴해서 투자한다.

# 그 의사는 왜 벤처캐피털에 조인했나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박사 후엔 대학병원에서 계약직 교수로 근무하다가 2016년도 3월에 벤처캐피털에 조인했다. 교수 자리에서 보니 현재의 의료보다 10년 후의 의료가 상당히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인턴 전공의일 때까지만 해도 엑스레이 필름을 다 꽂아서 사진을 봤다. 그런데 전공의 2년 차에 팩스가 들어왔고, 3년 차가 되니 EMR(Electronical Medical Record) 시스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전자 차트가 들어오면서 데이터가 쌓이면 분명히 병원 내 치료가 많이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최신 논문이나 기사를 많이 읽다 보니 그 예측에 확신이 생겼다.

인터베스트 문여정 이사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로서 환자에게 약을 주면 분명히 잘 드는 약이 있다. 그래서 그 약을 10명에게 처방하면 8명한테는 잘 든다. 그런데 2명한테는 되게 안 든다. 그 이유가 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만약 이게 고혈압 약이면 A라는 약을 써보고, A라는 약을 썼는데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B라는 약으로 바꾸고, C라는 약으로 바꿔가면서 적절한 약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항암제 같은 약들은 한번 썼을 때 좋은 찬스를 놓치면 이 사람은 암이 진행돼 죽을 수도 있고, 처음에 좋은 약을 쓰면 재발 없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개인 맞춤형 의료가 나와야 된다는 얘기도. 그 흐름이 프리시전 메디신(Precision Medicine), 에비던스 베이스드 메디신(Evidence-Based Medicine)으로 이어졌다. 또 과거에는 3조 원 가까이했던 유전자 분석이 지금은 100만 원 정도면 가능해졌고, 앞서 말씀드린 EMR 데이터가 쌓였다. 저는 이 기술이 실제 임상에 적용될 부분이 보였다.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오전에만 근무하고 오후 시간이 자유로운 것도 운이 좋았다. 그 시간에 스타트업을 많이 만났다. 어떤 유전체를 분석하는지, 이걸 어떻게 쓰려는지 물었다.

이런 식으로 액셀러레이터 분들께 조금씩 자문하다 이건 내가 직접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기도 했다. 아시겠지만 병원에서는 힘든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그런데 밖에 나와 스타트업을 만나면 눈은 반짝거리고, 본인의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친구들로부터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았다. 그래서 넘어오게 됐다.

MD 출신이다 보니 병원에 네트워크가 많다. 세브란스 출신이니 세브란스와도 관계가 좋지만, 삼성병원에서 진행하는 BMCC(바이오의료중개센터)에도 제가 자문위원이다. 워크숍에도 참석하고, 병원  내부 창업 심사에 가기도 한다. 아산병원에는 의료 빅데이터 센터가 생겼는데 그곳에서 하는 머신러닝 관련 콘테스트에 저희 회사가 후원하기도 한다.

포트폴리오사 중 루닛의 경우 유방 사진을 천오백 장 정도 모았는데, 만 장 정도 필요하다고 하더라.  영상의학과 선생님을 찾기에 세브란스 교수님을 소개해주고 공동연구를 주선했다. 또 연구 아이디어는 교수님들로부터 많이 나오는데, 스타트업이 이걸 다 연구하려고 하면 스타트업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듣고, 사업이 될 것들을 거르는 역할도 해준다. 이왕이면 스타트업에 개방적인 교수님과 같이 공동연구를 하도록 알려드리려고도 한다.

# IT와 모바일, 그리고 동남아시아 시장

인터베스트는 바이오,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AI나 AR, VR, 블록체인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초기 기업, 고성장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서비스 산업에도 투자한다. 2016년 이후 초기 단계 기술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한 업체에 많이 투자해왔다.

우선 우리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관심이 많다. 올해부터는 4차 산업혁명 타이틀 펀드도  운용한다. 관련해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사가 블록체인 플랫폼 회사인 블로코다. 가장 AI 상용화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수아랩, 그리고 사내 전문성 가진 심사역 분들이 계시다 보니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JLK인스펙션 같은 회사도 투자하고 커버한다. JLK인스펙션은 뇌 진단 영역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회사다.

또 우리는 세부 시장 단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들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모바일, 패션, 뷰티 같은 커머스 시장 또는 콘텐츠 시장 등이 있고, 펫(Pet) 시장의 경우 세부 카테고리에서 성장률이 연 20% 이상인 경우다. 이런 시장에 빠르게 들어가 초기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그런 기업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바일 뷰티 분야에 비디오 커머스를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먼스톡, 콘텐츠 영역의 위지윅스튜디오, 패션 스타트업 브리치 등이다.

인터베스트 신영성 팀장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도 많이 본다. 두 가지 포인트다. 첫 번째는 현재 시장에서 처음부터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기업, 두 번째는 국내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힐 만한 서비스 요소가 있어 잘 될만한 회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회사가 인도 시장에서 모바일 밸런스를 체크하는 밸런스히어로다. 인도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을 대부분 선불로 사용한다. 우리 같은 신용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선불카드에 충전해서 쓰는 것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에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런 유틸리티 서비스로 시작해 다운로드 수가 이미 5천만 건을 넘겼고, MAU가 5백만을 초과했다. 인도 현지에서도 로컬 앱들을 제치고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모바일에서 밸런스를 체크하고,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하려면 월렛이 필요하다. 또 월렛이 생기면 이를 통한 다양한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밸런스히어로도 모바일 뱅킹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스트롱홀드는 커피머신 제조 영역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커피 시장은 ‘글로벌 원 마켓’이라 국내에서 성장하면 해외에서도 분명히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 시장에도 상당한 매력을 많이 느낀다. 특히 인도의 잠재력은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벤처캐피털에서도 집중하고 있는 잠재력 있는 지역이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쪽 지역을 최우선으로 공략하는 투자 기업을 발굴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벤처캐피털과 같이 펀드를 운용한다.

# 대담

임정욱(이하 임) 항상 VC 분들께 여쭙는 내용이 있다. 투자철학, 그리고 자금 이외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냐는 것이다. 확실히 IT 스타트업, 바이오 분야는 조금 다를 것 같다.

문여정(이하 문) 저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롭게 한다는 게,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있겠지만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도 있다고 본다. 그런 지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투자한다.

신영성(이하 신) 문 이사님도 그렇지만 저희는 특히 연구하는 문화가 있다. VC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항상 생소한 부분을 접하는데, 그쪽에 대해 저희가 사실은 다 알기는 어렵지 않나. 그래서 유심히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쓴다.

왼쪽부터 인터베스트 신영성 팀장, 문여정 이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보통 어떻게 투자 회사들을 발굴하나.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인터베스트에 접근해야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회사를 알릴 수가 있나.

사실 인터베스트와 접촉하는 게 사실은 좀 어렵다. 저희가 따로 홈페이지나 그런 것들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다. 의도된 신비주의는 아니고, 아날로그 방식일 수 있겠지만, Face to face로 만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 것 같다고 본다. 딜 소싱 방법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발품을 많이 팔고, 주변 다른 하우스의 심사역들이나 기존에 투자한 회사 대표님으로부터 소개받는다. 데모데이나 지금처럼 공개된 행사에도 방문한다. 가끔은 그런 케이스도 있다. 미디어를 통하거나, 혹은 혼자 ‘이런 쪽의 어떤 기업이 있으면 되게 좋을 텐데, 시도하는 기업이 있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탑다운으로 어떤 영역을 찍어두고, 그쪽에서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 콜드콜을 한다. 기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기도 하고. 다양한 케이스를 활용한다.

사실 바이오 분야는 창업하신 분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연구소에 오래 계시다가 나온 분들, 교수님들이 실험실에서 창업하는 경우 등이 많다. 그러니 저희 바이오팀 같은 경우 창업 전부터 이미 다 VC 컨택이 온다. 그다음으로 병원 네트워크가를 통해 창업 전 심사부터 보는 경우가 있다.

바이오 분야는 투자 규모도 크고, 회수 기간도 오래 걸리는데 그럼 바이오 펀드는 펀드 자체의 수명이 다른가.

펀드 자체가 투자 기간이 8년, 거기에 2년을 더해 총 펀드 자체 기간을 10년까지 두기도 한다. 그래서 LP를 모집하는 게 실은 아주 쉽지는 않다. 민간자본이 들어가기에도 하이리스크라고 생각해서 저는 정부에 계속 제안하는 부분이 바이오 분야에 초기 투자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에서 공격적으로 초기 펀드를 많이 만들어주든지, 아니면 TIPS 같은 형태를 바이오 분야 시리즈A 펀딩에 매칭 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TIPS 5억 원이 바이오 영역에는 너무 적은 액수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 바이오 회사들의 경쟁력은 어떤가.

인재가 많다는 게 제가 볼 때 가장 큰 강점이다. 바이오 전공자, 연구자들이 많다. 한편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인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가 단일 보험 국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대해 이것을 가지고 열어달라, 안 된다는 이슈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 4천5백만 명의 3%인 약 17만 명의 데이터를 비식별화를 통해 이름은 지우고, 성별 나이 만을 가지고서 이 통계 데이터를 오픈하면 우리나라의 표준화 데이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면 고혈압은 몇 명 인지, 고혈압 환자 중에 몇 명이 심근경색인지, 당뇨 환자 중에 몇 명이 폐렴에 걸렸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바이오산업에 혁신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데 건강 정보를 판매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셔서 이를 막는 경우가 많다. 또 병원에서도 좋은 기술이 많은데, 교수님이 창업을 한대도 병원은 비영리기관이라 그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할 수 없다.

복잡한 문제다. 들은 바로는 중국은 병원이 영리 사업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병원도 키워서 상장시킨다고 들었다. 또 질문이 많은 부분이, 바이오 쪽은 워낙 오래 걸리기도 하고 초기에 데이터가 없을 수 있지 않나. 투자를 결정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많다.

전임상 데이터가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바이오 회사들은 세포실험 결과를 다 가지고 있다. 저희가 세포실험 결과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들이 우선은 가장 많다. 논문으로 나온 경우도 있고, 특허 이슈가 있어서 논문을 안내는 회사들도 있다. 어쨌든 저희는 세포 실험 데이터를 다 확인하고, 또 보통 쥐 실험까지는 다 하고서 회사를 만들기 때문에 실험 데이터를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벨류에이션 측정에는 경력을 제일 많이 본다. 한 케이스는 아무 데이터도 없었는데, 창업자 4명의 신약 개발 경력 합이 77년이었다. 그런 분들 4명이 모여 만든 물질이 괜찮아 투자한 경우가 있었다. 한 사람 경력 1년에 약 1억 5천만 원으로 계산해 77억 원 밸류에이션으로 본 것이다. 또 현재 파이프라인이 동물실험 혹은 세포실험까지 갔으면 한 10억 원, 특허가 있으면 한 10억 원, 공동연구하는 곳이 있으면 10억 원 등으로 밸류에이션을 측정한다. 그게 정량적인 것은 아니다.

해외의 투자사들이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문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언어에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는 분야 같은데.

그게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은 바이오 기업이 엑싯하는 방향이 기술성 평가를 통한  KOSDAQ 상장이 거의 유일하다. 한편 미국 같은 경우는 NASDAQ 상장보다 M&A가 훨씬 많고, 특히 제약회사의 경우는 상장했다가도 다시 인수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예 벤처가 지분을 가지고 프로젝트로 바이오 회사를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기술 가진 교수가 있으면 그 기술을 사 오고, 좋은 경영진을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상장이 엑싯의 방법이다 보니 상장 전에 대표님 지분이 30% 이상 유지돼야 하는 등 이슈가 있다. 그러니 해외에서 벤처캐피털이 한국의 바이오에 투자하기는 아직은 조금 힘든 것 같다.

바이오 전문 심사역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한 질문도 많다.

문 바이오 분야라서 특별한 것은 아니고, 심사역이라는 직업 자체가 오픈마인드, 외향적인 성격, 끊임없는 호기심이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세포 치료제가 궁금해지면 그것을 석 달 넘게 공부하다가, 유전체가 궁금해지면 그걸 또 6개월 공부하고, 그런 식으로 점프, 점프하면서 해당 분야를 공부한다. 어떻게 보면 바이오 영역도 되게 넓어서 제가 다 알지 못하니까 끊임없이 공부한다. 공부가 재미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또, IRR 계산 같은 숫자와 관련된 것은 사실 본질은 아닌 것 같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보는 눈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바이오는 약을 만들다가 성공할 확률이 약을 만들다가 실패할 확률보다 훨씬 작다. 아주 초기부터 시작해서 이 약이 환자한테 갈 때까지 성공할 확률은,  10만 개 중 1개 성공하면 잘 된 수준이다. 그 정도로 힘들기 때문에 이게 안 될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다음 회사를 끌어갈 것이냐를 보고 투자하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사람을 보는 눈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거의 모든 VC가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 사람보고 투자한다고. 두 분도 그런가. 혹은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을 찾는다. 진실해야 커뮤니케이션 로스도 줄일 수 있고, 투자하고 나서도 이 관계가 이어지는 만큼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 직업관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의사 그만두고 나온 게 아쉽지 않냐, 사람 살리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온 게 아쉽지 않냐고 한다. 저는 이 일도 본질이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술을 발견해서 이 회사가 성공하면 사람 살릴 수 있는 거고, 제가 투자한 회사가 새로운 약을 만들면 치료제가 없어서 죽어가는 환자들이 결국에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일 자체가 결국 의사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이 옛날만큼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대부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의사를 한다고 본다.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 진실성이 있다. 그런 분들이 새로운 약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그게 세상을 바꾼다. 그런 분들에게 투자하고 싶다.

By | 2018-05-14T22:55:54+00:00 5월 14th, 2018|테헤란로 펀딩클럽|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