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펀딩클럽-KTB네트워크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열여덟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KTB네트워크입니다. 행사는 홍원호 부사장(상해사무소장)과 이호찬 미국법인장의 KTB네트워크 소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 홍 부사장, 이 법인장이 함께 한 대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VC

홍원호 부사장 저는 KTB네트워크(이하 KTB)의 본사 부사장이고, 중국에서 펀드를 운용한다. 2000년에 KTB에 입사했고, 2004년부터 중국에서 투자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KTB가 1000억 원 규모의 중국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그때부터 팀을 꾸려 직접 중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지에서 일한지 12년 정도 됐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그 12년은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에서 발표 중인 KTB네트워크 홍원호 부사장

먼저 KTB를 설명하자면 1981년에 설립해 40년 째 사업 중인, 창립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VC다. AUM 기준으로는 7000억 원 조금 넘는 규모다. 한국 투자가 60%, 중국 30%, 미국 및 기타 국가 10% 정도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돼 누적 투자금액도 많이 쌓였고 여태 투자한 기업의 300개 이상이 IPO를 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15개 정도 기업공개하면서 IPO 숫자에 있어서는 꽤 자랑스럽다.

KTB는 우리나라 VC중 가장 처음 중국에 진출한 VC다. 지금은 한국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도 진출해서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저희가 처음 투자 시작한 2004년이 시기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당시 팀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 대표들이었다. 그러다 3년 정도 지나니 담당 이사를 만나게 됐고, 또 시간이 지나니 팀장 급을 만나게 됐다. 그만큼 성장한 거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을 느꼈다.

지금 중국에는 만오천 개가 넘는 VC가 활발하게 경쟁하고 있다. 저희는 일찍 진출한 덕분에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면서 리드 테이블에 올라가 있다.

#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리딩하는 회사를 찾을 것

투자 전략은 펀드나 산업의 싸이클에 따라서 바꾸고 있다.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는 섹터에서 1등 하는 회사에 투자하겠다’ 는 전략을 갖고 있다. 혹은 1등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면 비싸더라도 과감하게 투자를 하기도 한다.

지금 중국 시장에서는 누가 투자해서 유니콘 기업을 빠르게 만드는가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니콘이 될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할 지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 중 유니콘이 돼 엑싯한 기업이 왼쪽 6개 회사다(위 장표 참조). 아직 상장은 안 했지만 1조원 규모의 회사도 두 군데 있다. 투도우, 유코처럼 중국 UCC 서비스, 포커스 미디어란 중국의 아웃도어 광고회사에도 투자했다. 중국에서 극장 체인을 하고 있는 리딩회사에도 투자했다.

쉐어하우스라고, 저희가 대표적인 트랙 레코드로 소개하는 중국 입시학원 분야 회사는 저희가 단독 투자해서 바로 뉴욕증시에 상장해 지금은 시가총액이 170억 달러, 20조 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저희는 1조 원에 조금 모자란 벨류에이션에 엑싯했다.

KTB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5개의 펀드를 운용했다. 메인펀드는 2006년에 저희가 팀을 이끌고 중국으로 가게 한 1000억 원 규모의 차이나-옵티멈 펀드, 2013년 차이나-플랫폼 펀드, 그리고 2016년 말에 결성한 차이나-시너지 펀드다.

2006년부터 2013년 라이센스 문제 때문에 펀드를 결성하지 않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처음 결성했던 메인 펀드는 기간이 만료돼 좋은 성과를 내며 마무리했고, 내년에 새로운 펀드를 결성하려고 계획 중이다.

최근에 KTB가 관심있게 보는 섹터들이다(위 장표 참조). 2006년부터 펀드를 운용하다보니 산업 싸이클에 따라서 운용전략을 바꿔왔다.

2006년은 한국에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서 중국에서 이를 캐치업하는 시기였다. 투도우, 위쿠, 학원 사업처럼 한국의 트렌드를 보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2013년에 두 번째 펀드를 만들 때는 기존의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시켜서 좋은 회사에 투자를 하는 방식을 택했고, 성공적으로 엑싯했다.

2017년에는 1억 5천만불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거의 80% 이상을 1년 사이에 소진했다. 2017년부터 4차 산업혁명 분야인 AI, 빅데이터, 신유통, 바이오 등에 활발하게 투자한다. 올해부터는 자동차 분야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잘 안 느껴졌는데, 중국에서는 확연히 느껴진다.

# 중국의 유니콘

유니콘의 뜻은 다들 아실 거다. 최근 중국 과기부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에서 160개 이상의 유니콘이 나왔다. 그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200개가 넘는다는 평가도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2014년부터 비교해보면 중국의 유니콘 숫자가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중국 회사들이 탑10 스타트업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섹터 별로 살펴보면 핀테크, 모빌리티, O2O, 헬스케어, AI 등 새로운 산업군에서 중국 기업들이 골고루 성장하고 있다.

KTB가 많이 보는 섹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AI 쪽에 투자한 금액이 8조 원 정도 된다. 그외 분야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컴퓨터 비전쪽에 대규모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CCTV를 통해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최근 90%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했다고 한다. 공항에서든 역에서든 얼굴을 인식해 캐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외에 음성인식도 빠르게 발달했고, AI 기반 자율주행 쪽에서도 다양한 회사들이 많은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음은 신유통 분야다. 다른 분야의 약진이 워낙 두드러져서 이 분야가 눈에는 잘 안 띄지만, 사실 유통 쪽에 지난 1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 아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대형 냉장고를 2개 두고, 식재료를 저장하면서 먹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의 ‘마켓컬리’같은 모델을 중국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저녁 8시에 주스를 마시고 싶어서 주문하면 30분 만에 배달받은 적도 있다.

KTB는 사무실에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미스터프레시라는 무인점포에 투자했다. 일종의 자판기인데,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음료나 간식을 사람이 직접 채워둘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에는 자동차 분야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우리의 생활이 크게 변했다. 이와 비슷한 수준의 변화가 자동차 쪽에서 발생할 거라고 예상한다.

한국에 있으면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중국에 있다보니 전기차가 대세가 될 미래가 보인다. 전기차와 그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 중국에서 새로 출시되는 차들은 엔진에서 경쟁력을 찾지 않는다. 인터페이스와 IoT와의 연동 등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물론 핵심은 자율주행이다. 기술적으로는 미국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사람의 조종이 필요 없는 Level 4의 자율주행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실제로 운행하고 있고, 사고율은 당연히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낮다. 자율주행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 대처 등 가이드라인도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자율 주차 등 부분적인 기능을 중저가 자동차에 결합시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기차, 자율주행, 스마트 카의 컨셉이 맞물리는 시너지 사이에서 스타트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금 가장 영향력이 큰 분야는 카셰어링이다.

중국에서 디디를 사용해보면 차를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원하는 차종을 선택하면 5분 내로 자동차가 오고, 택시처럼 기사까지 호출할 수도 있다. 상시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동차를 살 필요없이 디디를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즉 전기차, 자율주행, 스마트 카에 카셰어링까지 네 가지 분야가 맞물린다면, 자동차 산업은 더욱 빠르게 확장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제는 중국에서 먼저 느끼니 우리나라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떻게 중국은 빠른 성장이 가능했나

중국 사람들은 <손자병법>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책에 여러 장수들이 나오는데, 가장 존경받는 장수는 이기는 전투만 하는 장수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이기는 장수를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의 기업가들은 펀드 레이징, 좋은 인력, 방대한 데이터, 정부의 지원 등이 훌륭한 생태계를 이루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갖춰졌다.

우선 펀딩받을 수 있는 여건이 좋다. 신선 식품을 만드는 회사 하나가 2013년에 만들어졌고, 최근에 시리즈 D 펀딩을 받았는데 밸류에이션 2조원으로 받았다. 펀딩 금액이나 밸류에이션을 올리는 과정을 보면 돈이 몰리면서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좋은 인력이 많다.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대학에 좋은 인력이 많이 모이고, 최근에 유명한 잘된 스타트업을 보면 칭화대 출신 대표들이 40~50명 정도로 많다. 한 AI 회사에 투자하며 보니 CTO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관리자급으로 있었던 기술자였다.

실사하면서 들어보니 자기가 MS 출신인데, 중국에 AI 관련 기술자가 5000명 가까이 있고, 미국 IT 기업 출신들이 많다고 하더라. 미국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들만 봐도 텐센트,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에서 CTO나 기술자 자리를 맡고, 젊은 기술자들은 창업하기도 한다. MS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다양한 회사 출신들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기술자들이 한국으로 잘 돌아오지 않잖나. 중국에는 왜 들어올까? 애국심 때문은 아니다. 돈 때문에 들어오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을 15~25%를 주기 때문에 유니콘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지난번에 샤오미가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 1000억 달러 밸류의 프라이싱이 나왔다. 실제로는 500억 달러로 상장하긴 했지만 1000억 달러가 됐다면 샤오미 직원 중 100명 이상이 1억 달러 넘는 돈을 벌게 된다고 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는 것보다 돈을 벌 더 큰 기회가 있는 셈이다.

세 번째, 풍부한 데이터와 유저 숫자다. 최근에는 유저들이 모이는 숫자가 굉장히 빠르다. 과거 큐큐를 비롯한 서비스들은 1억 명의 유저를 모으는 데에 꽤 오랜 기간이 필요했지만 최근에 뜨는 서비스들은 더 빠르게 모으고 있다.

중국의 배달 서비스는 하루에 6000만 건 가량의 거래 정보를 쌓고 있다. 미국의 10배 정도의 규모다. AI가 똑똑해지려면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중국은 데이터를 보기 쉬운 환경이다. 데이터의 수 못지 않게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도 좋다.

네 번째로는 역시 BAT(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다. 중국에 160개 이상의 유니콘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 60~70%는 BAT가 투자한 회사다. 텐센트는 현금흐름 상 1년 간 5조원을 벌어들이고, 이를 통해 투자한다. 중국에서 투자를 가장 잘하는 VC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라고 평가한다. BAT로부터 초기든 중간 단계든 투자받는게 기업가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저희도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함께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확률적으로 추가 펀딩 기회가 높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제 3자가 인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BAT의 경우 사업 초기에 투자하고, 자기 플랫폼에서 그 회사를 지원해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성장시킨 회사로 벌어들인 수익을 또 다른 투자에 쓰는 선순환이 생기면서 많은 투자금과 좋은 인력이 꾸준히 모인다.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도 성장성을 높인다. 한국처럼 단순히 펀드에 투자를 출자하는게 아니라 전기차 회사의 사례를 보면 1조 2천억 원을 무상 지원금으로 주기도 한다. 그리고 상환은 세금으로 갚으라고 한다. 처음엔 못 믿었는데, 계약서를 보니 실제로 그렇게 적혀 있더라. 직접적이고, 강력한 정부의 지원이 더 많은 유니콘들을 만드는 것 같다.

#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한다는 것

이호찬 미국법인장 KTB는 글로벌이란 말조차도 생소했던 1988년에 미국에 진출했다. 30년 동안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Make America Great Again’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웃음).

저희가 일찍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공기업 비슷한 성격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VC와 벤처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에서 발표 중인 이호찬 KTB네트워크 미국법인장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60조 원 넘는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제가 2005년부터 KTB에서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데, 2002년부터 2010년 정도까지는 40~50조 원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3~4년 동안 그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닷컴 버블’ 시절을 제외하면 그 규모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그래서 버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2000년 나스닥 시장 시가총액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2배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최근 중국 자본의 미국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 전체 벤처 투자 자금의 10%가 중국발이다. 미국의 많은 유니콘들이 중국계 자금의 펀딩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때문에 트럼프 정부 들어 중국 자금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자본의 대기업 인수까지만 견제했다면 지난 달, 벤처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CFIUS가 앞으로 중국 자금이 미국 벤처기업의 기술력에 어떻게 권리를 행사하고, 유출하는지에 대한 위험을 감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의 벤처 투자 중 미국 대기업이 20% 정도의 투자 비중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CVC를 통한 투자가 5% 안팎이었는데, 지난 2~3년 동안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가 활발해졌다. 사실 이 흐름은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국, 유럽 모든 지역에서 유사하다. 같은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같은 변화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걱정이 늘어났고, 투자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도 변화의 흐름에 참여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바이오 분야가 그렇다. 대형제약사들은 핵심 R&D 분야를 남겨두고 다른 분야는 스핀오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바이오 외에서는 자율주행, 물류 쪽으로 투자가 활발하다.

# 무엇이 ‘핫하냐’고 묻는다면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13년간 투자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무엇이 가장 핫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매년 100조 원이 다양한 분야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게 특별히 핫하다고 찍어서 말하긴 어렵다.

섹터의 비중을 통해 설명해보겠다. 산업을 테크와 바이오, 둘로 크게 나누어 본다면 자금의 75%는 테크, 25%는 바이오 쪽에 투자된다. 테크 75% 중에 절반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 나머지는 기타 테크 분야에 투자된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데이터 저장, 관리, 분석 분야가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다. 그 다음이 보안 분야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보안 분야에 굉장히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25% 중 절반은 신약개발, 나머지는 의료기기나 서비스다. 바이오 쪽에서는 면역치료제 분야 투자가 활발하다. 그 중 항암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쪽은 수술 장비, 헬스케어 서비스 쪽은 유전자 관련 기술이 비중이 높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온 트렌드다. 최근 2~3년동안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야는 모빌리티 쪽이다. 자율주행 같은 분야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절대적인 숫자 뿐 아니라 미국의 유니콘과 중국의 유니콘은 색깔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가장 많은 투자를 받고, 유니콘도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커머스 같이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부분에서 유니콘이 나타난다. 자율주행과 물류 같은 분야는 중국이든 미국에서든 유니콘이 많이 나타나는 분야다.

현재 실리콘 밸리에 있는 모빌리티 회사들이 점으로 표시된 지도다(위 장표 참조). CVRA라는 부동산 관리 회사 자료인데, 매년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2015년부터 3년간의 자료를 비교하면 모빌리티 분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 글로벌 오토메이커 뿐 아니라 공유자전거, 공유스쿠터 같은 새로운 분야의 업체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 서비스 보다는 기술 중심

이런 변화속에서 저희는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다. 저희는 테크 쪽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반반 정도로 밸런스를 맞춰 투자한다. 서비스 쪽 보다는 기술 중심으로 무게를 두고 투자한다.

기술이란 부분은 문화적 성격이 적어서 보편적인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 내부적으로 설명하고 평가하기 좋다는 이야기다. 또 서비스 쪽으로 들어가면 자금력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가 한국에서는 큰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큰 투자자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술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는 이유도 있다. 지금은 헬스케어 쪽이 조금 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자율주행 같은 테크 분야 추가 투자를 준비 중이다.

많은 VC들이 펀딩클럽에 오셔서 성공사례에 대해 말씀하셨을 것이다. 저희는 성공사례 대신 모빌리티 분야가 얼마나 핫한지, 그리고 모빌리티 분야의 좋은 회사를 어떻게 놓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보겠다.

브레드(브레드 바오)와 토비(토비 선)라는 두 친구가 미국에서 라임바이크라는 공유자전거 사업을 창업했다. 브레드는 원래 제가 알고 있었던 친구였는데, 텐센트에 있다가 푸싱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 업무를 성공적으로 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와서 공유자전거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말이었다. 제게 ‘본인이 라임바이크란 사업을 시작하는데, 같이 얘기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당시 한국에서 연락받은 저는 중국에서나 자전거가 통하지 미국에서는 잘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17년 1월에 미국에서 만나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투자를 하진 않고 응원을 하면서 넘어갔다.

그 후 2달 만에 1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더라. 시장에 돈이 많아서 막 지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해서 한번 더 만났지만 여전히 끌리지 않았다. 6달 후에 또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더라.

11월 정도에 KTB 네트워크 사장님과 함께 방문해서 얘기를 또 들어봤지만 여전히 더 지켜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3달 후에 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최근에는 3억 5000만 달러 규모를 추가로 유치했다. 빠르게 펀딩 받는 이 과정 속에서 기회가 있었지만 저는 놓친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배웠던 것은 모빌리티 분야가 정말 핫하다는 것, 또 서비스 쪽은 펀딩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고 빠르게 투자하지 못한다면 포기해야겠다는 것까지.

다른 산업에 비해 자동차, 모빌리티 분야의 발전은 사회 전반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다. 직접적으로는 물류에 영향을 주겠고,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 이동중에 필요했던 숙박업체, 식당 들이 몰락하면서 인프라 전반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모빌리티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변화가 빠르다면 10년 후에는 사람이 운전하는게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미국에서 투자받을 수 있을까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 창업해서 미국에서 펀딩을 받는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도 펀딩받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투자자가 그 사람을 잘 알아서 아이템에 관계없이 능력을 믿고 투자하거나, 사업의 지표가 좋아서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이 회사가 될 것 같아서 투자하는 것.

전자의 경우는 초기 회사가 많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경우다. 사업 초기 단계의 회사가 미국에 오면,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펀딩을 받는 것이 99.99% 불가능하다고 답변을 드린다. 한국도 돈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펀딩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학연이 됐든 지연이 됐든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다면 Y-Combinator 같은 채널이 유일한 길일 것이다. 펀딩 받는 과정 자체가 많은 리소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줄이고 본 사업에 집중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홍원호 부사장, 이호찬 미국법인장, 임정욱 센터장 대담

왼쪽부터 이호찬 미국법인장, 홍원호 부사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오늘 펀딩클럽은 다른데와 달리 국내 투자가 아니라 중국과 실리콘 밸리에 대해 내용이 주였다. 한국에서는 어떤 곳에 투자를 하고, 어느 회사가 KTB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지 간단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

섹터로는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 저희 심사역이 20명 정도 되니까 다양한 분야를 본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분야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다. 국내의 전략은 한국에서 유니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업체를 발굴하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어떤 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해주신다면.

팀마다 약간 성격이 다른데, 저희 회사는 특징이 올드하다. 사장님이 저와 함께 일한지 13년이나 됐고, 다른 팀원들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일했다. 전체적으로 딜을 평가하고, 보고하고, 내부적으로 토의 하고, 마지막 투심위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주로 초기 단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고, 핵심포인트를 잡아 예비투심위 단계에서 결론을 내린다. 투심위에서는 예비투심위에서 나왔던 쟁점들에 대해 토의하면서 마무리한다.

보통 VC가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 발맞춰 지원하는데, 이런 분야에서 KTB가 가지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을지.

KTB 중국 팀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밸류 업을 가장 많이 말한다. 국내 팀은 다른 VC들에 비해 중국에서 오랫동안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할 때, 좋은 네트워크를 제공해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자본의 유치를 도와준 사례도 있다.

VC와 기업의 관계가 항상 갑을 관계는 아니지만 저희가 미국에서는 주로 을이다. 좋은 회사는 돈을 골라서 받기 때문에 이런 회사를 만나면 KTB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세일즈를 한다. 투자를 한 회사의 대표와 함께 출장을 다니면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을 해준다.

한국쪽 창업자 입장에서는 KTB에서 투자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

회사들마다 단계나 전략이 다르다. 저희 펀드는 규모가 1500억 정도 되기 때문에 10억, 20억 짜리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 너무 많은 기업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규모가 50억, 100억은 넘어야 한다. 또한 저희가 관심을 갖는 트렌디한 섹터가 있다. 10억, 20억 규모의 좋은 업체라도 투자를 하기 힘들다. 본인의 회사에 맞는 규모의 VC와 컨택하는게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겠다.

저는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펀드레이징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 B 펀딩을 받으면서 시리즈 C 펀딩을 생각해야 한다. 1년 후에 다음 단계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2배로 올릴 수 있는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추가로 준비해서 펀딩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기업가들은 펀드 레이징의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고 수행한다.

사실 그 부분이 한국에서 부도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아닌가. 쟤는 왜 사업을 열심히 하지 않고, 투자에 열중할까. 내실 있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해보이는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랄까.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밸류에이션을 올리기 위해 펀딩을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새로 떠오르는 유망한 섹터에서 누가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리딩 포지션을 잡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1등과 2~3등의 밸류에이션이 5배 차이가 나더라도 저는 1등하는 업체에 투자하고 싶다.

요즘 펀딩이 대형화되고 있다. 100억을 투자받은 회사가 10억을 투자받은 회사를 앞서나갈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나 서비스 쪽은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펀딩은 크게 받으면 받을수록 좋다. 다만 그걸 잘 쓸수 있는가는 회사의 능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나.

테크나 바이오 분야는 밸류에이션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초창기에는 매출이 얼마인지 구해서 PER 곱하면 밸류에이션이 나오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의 방법으로 밸류에이션해서 투자를 결정해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올라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한다.

좋은 회사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밸류에이션을 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사업부별로 따로 분류해서 다른 방법을 쓰면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숫자를 만들고자 노력해도 많은 상상과 가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장 장악력, 섹터의 성장성, 팀의 역량 같은 부분이다. 이전에는 수익이 얼마가 나올지였다면 요즘은 시장 장악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요즘 보면 십억 달러 짜리 회사가 백억 달러 되는 게, 백억 달러 짜리 회사가 천억 달러 되는 것보다 쉬운 것 같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빠르게 성장해서 시장에 잘 자리를 잡아간다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밸류에이션이 중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 오히려 수익이 찍히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의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성장하는 그림을 잘 그려가는 회사가 더 좋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 같다.

중국이나 미국 외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있으신지.

홍 사실 중국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부터 저희가 동남아 쪽을 보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그랩에 투자한 것도 그 맥락이다. 이번 펀드에서는 그랩과, 한국의 아프리카TV 같은 서비스에도 투자를 했다. 둘 다 유명한 회사라 안정적인 딜을 진행했는데, 지금 계획은 펀드가 80~90% 투자가 끝났기 때문에 다음 펀드를 준비 중이다.

사실 아직 동남아 쪽은 기업가 정신이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족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만 동남아 지역의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 측면에서는 매력 있다.

By | 2018-10-25T16:44:48+00:00 10월 25th, 2018|테헤란로 펀딩클럽|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