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물세 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프라이머입니다. 행사는 권도균 대표의 프라이머 소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 권도균 대표가 함께한 대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 발견하고 기회를 제공해 성공을 돕는 곳

2010년 1월에 설립된 프라이머는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의 성공을 돕는다.” 프라이머 설립 당시 만든 미션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 사명선언문)다. 프라이머의 일의 중심은 발굴과 지원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가를 꾸준히 만나 발견하고, 투자 이후에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창업팀의 성공을 돕는다.


현재(2019. 11월 기준)까지 10년째 191개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투자 금액은 평균 5천만 원 내외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다. 일 년에 두 번씩 각각 10개 팀 내외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6개월간 멘토링과 워크숍, 정기세미나 등을 통해 성장을 위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데모데이와 쇼케이스(VC 1:1 미팅 주선)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준다. 주요 포트폴리오 사로는 스타일쉐어, 마이리얼트립, 온디맨드코리아, 아이디어스, 라엘을 비롯해 2013년에 엑싯한 번개장터와 야놀자에 인수된 데일리호텔, 직방에 인수된 호갱노노, 리디에 인수된 라프텔 등이 있다.

프라이머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조사해 지난 10월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에서 창업자들에게 가장 인지도 및 선호도가 높은 초기투자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창업자들에게 ‘가장 조언받고 싶은 조언자’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 기업가치 1000억 원의 의미

보통 기업가치 1조 원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른다. 프라이머는 피투자 기업의 가치가 1000억이 넘으면 유니콘이 됐다고 한다. 프라이머 기준의 유니콘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없던 팀이 기업가치 천억이 넘으면 제대로 성장한 것이고, 지속가능한 회사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팀이 매년 한두 팀씩 나오고 있다. 그중에는 프라이머의 기준을 넘어 진짜 유니콘을 향해 가는 팀들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한두 번은 잘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한두 개의 좋은 팀이 나온다는 것은 프라이머 팀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이다. 내부의 모든 구성원이 밤낮없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좋은 팀을 꾸준히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저희는 몇 개 기업을 제외하고 피투자 기업의 첫 단독 투자자다. 프라이머는 표준투자텀이 있다. 기업가치를 5억으로 보고 5천만 원(pre-value 5억원) 시드머니를 투자한다. 간혹 표준텀이 작다고 얘기하는 지원팀들도 있지만, 그보다 프라이머의 멘토링과 도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팀, 도움의 효과가 있을 팀에만 투자한다. 프라이머가 도와줄 수 있는 팀, 도움의 효과가 있을 팀에만 투자한다. 프라이머의 멘토링과 도움의 밸류를 표준 텀이라는 허들을 통해 검증한다. 밸류에이션과 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VC 투자를 받으면 된다. 최근에 선발된 배치 16기의 11팀 중 팁스선정기업 한 팀을 제외하고 나머지 10팀은 모두 표준투자 텀으로 투자했다.

프라이머는 외부 자금이 아닌 파트너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한다. 투자철학을 지키며 자유롭게 투자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라이머 파트너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 스트롱벤처스 배기홍 대표,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 슈피겐 김대영 대표 등 성공한 벤처 창업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 191개 팀으로 구성된 작은 스타트업 생태계

프라이머에 지원하는 팀은 한 배치당 400~500팀이다. 300~400팀이 배치에 지원하고, 100팀 정도가 수시로 접수한다. 1년으로 보면 800~1000팀 정도가 지원서를 제출한다. 한 번에 되는 팀보다 두 번이나 세 번씩 지원해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머 파트너가 팀별 전담 멘토가 되어 정기적인 멘토링을 통해 사업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포트폴리오 기업 간 활발한 커뮤니티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프라이머 알럼나이 커뮤니티가 일종의 거대한 스타트업 생태계다. 과거에는 파트너가 투자 기업에 멘토링을 해주는 것이 주된 도움이었다면, 지금은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를 돕고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서로 배우는 일이 더 많아졌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캐피탈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실리콘밸리를 비롯,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해외 한인 창업가에도 투자하고 있다.

# 프라이머가 지향하는 세 가지 가치

현재 프라이머가 믿는 세 가지 가치가 있다. 첫 번째는 ‘돈보다 경영’이다. 사업에서 돈은 중요한 요소지만 돈이 많으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사업의 핵심은 경영이고,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프라이머는 처음 시작하는 팀들의 비즈니스 모델, 방향성을 찾는 일을 돕기 위해 집중한다. 방향이 맞은 채로 꾸준히 하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재능보다 진정성’이다. 재능은 좋은 도구로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돕지만, 결국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마음에서 걸작이 나온다. 재능에서 나오는 지름길보다는 원칙에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게 사업에서 중요하다. 사업은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빨리 가는 것보다 오랫동안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

세 번째는 ‘경험보다 원칙’이다. 경험에서 나온 설익은 지름길을 선택하기보다 원칙을 따라 한 걸음씩 탄탄하게 쌓는 것이 결국 오래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 본다.

창업은 한 편의 스펙터클한 재난 영화와 같다. 파도가 몰아쳐 함께 도망가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누구는 왼쪽으로 가고 또 누구는 오른쪽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프라이머는 10년 동안 이러한 과정에 함께해왔다.

# 대담

임정욱 센터장(이하 ‘임’): 프라이머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권도균 대표(이하 ‘권’): 엑싯할 때 번 돈의 일부를 후배 창업가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만 이렇게 깊이 관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작할 때는 좋은 팀 있으면 엔젤투자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임: 10년 전만 해도 배치 형식으로 뽑아서 교육하고 후속 투자를 받도록 멘토링 해주는 액셀러레이터 모델이 흔치 않았다.
권: 처음에는 교육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2010년부터 엔턴십이라는 한 달 혹은 두 달짜리 창업인턴십 교육 프로그램을 오프라인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수시로 할 수 없어서 대학 학기처럼 일 년에 1~2번씩 했었는데 하다 보니 지금의 배치 형태가 되었다. 졸업한 팀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는데 번개장터가 2010년 액셀러레이팅 첫 졸업팀이었다.

임: 1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다고 보나
권: 과거 대비 정말 성장했다. 팀들을 보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사업이나 펀딩, 마케팅 등 지식도 상당히 성숙해져 있다. 한국의 좋은 스타트업이 많지만, 앞으로도 많이 나올거라 본다.

왼쪽부터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임: 그간 실패한 사례도 보았을 것 같다. 실패한 창업자의 패턴이 있다면 무엇인가
권: 본인 역량에만 너무 의존해 조직이 커지는 시점에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조직을 만들지 못하거나 자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투자 타이밍을 놓쳐 비즈니스 성장이 둔화된 케이스가 있다. 창업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겸손함이다. 끊임없이 고객에게 겸손하고, 자신에게 겸손하고, 자신의 사업이 언제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임: 유니콘 기업을 떠올리면 테크나 소프트웨어, 글로벌 지향 등을 빼놓을 수 없다. 프라이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생활 속 문제를 푸는 팀이 많다. 조금은 다른 접근인 것 같다. 어떤 철학을 갖고 투자하나
권: 물론 좋은 테크기업들도 포진해있다. 개인적으로 트렌드에 따라 투자하고 창업하는 건 조금 늦다고 본다. 남들이 안 하는 걸 발견해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첫 단독 투자를 지향하는 것과 같은 측면이다. 좋은 사업이 꼭 테크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가 먹고, 자고, 즐기고, 노는 생활 속 모든 영역이 좋은 사업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다만, 미디어에서 유행에 따라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영역에서 혁신을 만들어 기존의 서비스보다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임: 배치당 400~500팀이 지원해서 10팀을 뽑는다. 떨어지지는 팀의 유형이 있다면
권: 과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는 팀들에도 꽤 많이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숙한 팀들이 많이 지원한다. 매출이 적더라도 트랙션이 있으면 주의 깊게 본다. 프라이머 지원팀은 창업자가 직접 사업을 소개하는 1분 비디오를 올려야 한다. 우리는 창업자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 등이 보고 싶은 건데 가끔 잘못 이해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직원이 작성한 스크립트로 올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프라이머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와 안 맞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임: 정부 지원프로그램은 초기 투자사에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조언해주나
권: 2015~2016년까지는 받지 말라고 했다. 돈의 질로 보면 투자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떨어졌을 때 사업을 접거나 빚을 내 리스크를 키우는 것보다는 정부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청중 1: 프라이머 포트폴리오 회사와 경쟁 영역에 있는 팀에도 투자하나
권: 가능하면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피투자 기업이 수면 상태일 경우 도전해 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 모델이 비슷해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런 때에는 먼저 투자한 팀에 물어본다. 그들이 부담을 느끼면 진행하지 않는다.

청중 2: 뛰어난 인재 영입을 하고 싶은데 연봉 수준을 맞추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관련해 조언해준다면
권: 좋은 인재라고 해서 무조건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무리해서 연봉을 주며 영입하기보다는 조직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청중 3: 4차산업혁명 화두로 공룡기업들의 플랫폼 경쟁이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권: 이미 유행한 것만 플랫폼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남들이 눈치채기 전에 안 하는 걸 해야 한다. 플랫폼이라는 말은 결과물이고, 성공과 동의어다. 예를 들어 너트 만드는 회사도 성공해서 권력을 잡으면 플랫폼이 된다. 모든 기계 회사가 너트 API에 맞춰야 생태계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든지 성공해서 주변 영역의 권력을 잡으면 플랫폼이 된다. 지금 유행 타는 플랫폼에 가봐야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 탈 뿐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남들이 안 하는 영역에서 플랫폼을 만들어야 의미가 있고, 그만큼 열매가 달콤하다고 본다.

(끝)